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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8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by 라클롱
누군가에겐 진중권 교수의 큰 누님으로 더 잘 알려진,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 선생님의 신간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혹자는 '혹할 만한 제목'이라고 했지만 말랑 말랑한 미술 관련 서적을 어느 정도 읽어본 사람들에겐
제목은 지루한 감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진 선생님의 책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런 의혹은 말끔히 사라진다. 음악과 미술이 감칠맛나게 버무려져 이런 자료를 어디서 다 구하셨을가 싶은 맘이 들 정도.

한참 클래식을 즐겨듣던 고등학교 시절, 처음 알게 된 진 선생님을 직접 만나뵈니 생각보다 자그마하시고 여성스러우면서도 소탈한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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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니스트 진회숙 "음악과 미술 소통 코드로 새 의미 찾아"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18세기를 살던 ‘모차르트’라니, 처음엔 어쩐지 진부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좀처럼 보기 힘든,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반가움에 책장을 한 장 넘겨본다.

게다가 <클래식 오딧세이>에서 음악을 매개로 미술, 영화, 문학이란 장르를 넘나들었던 ‘진회숙’ 씨의 신간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수없이 반복해서 보고 들었던 역사 속 명화와 음악이 나올 거란 예상은 첫 장부터 빗나갔다.

22개의 테마로 쓰여진 글 속엔 현대작가와 작곡가들의 작품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모차르트부터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까지, 15세기의 보티첼리부터 미디어 아트의 백남준까지 아우르면서도 현대예술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그 덕에 책은 갓 잡아올린 바다 물고기처럼 신선함과 생명력으로 퍼덕이고 있었다.

“ 현대음악과 미술로 이야기를 풀어가는게 오히려 편해요. 미술이나 음악, 문학의 사조가 서로 영향을 받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미술에서 처음 생겨났던 미니멀리즘도 음악으로 옮겨갔고 인상주의 미술과 그 시대의 음악도 영향을 주고 받았죠.” 카페에서 마주앉은 그녀는 ‘의도이기보다는 필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쨌든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는 수많은 예술서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리고 또 한번 책장 속에서 미술과 음악이 씨줄과 날줄을 이루며 그녀가 찾아낸 ‘의미 고리’를 통해 직조 되면서 독서의 흥미를 돋운다.

두 번째 테마, ‘패러디, 그 유쾌한 반전’에는 이런 음악과 미술이 엮였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스타일의 그림으로 명작 패러디를 했던 것으로 유명한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콜롬비아)의 살찌고 귀여운 ‘모나리자’는 미국의 저명한 작곡가이자 음악해설가인 피터 쉬클리가 P.D.Q바흐라는 짝퉁 인물을 내세워 패러디한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슈베르트의 음악과 묶였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느낌에 더해 재미난 에피소드를 녹여낸 이야기는 ‘고고하고 예스러운’ 클래식을 바로 지금 내 옆 자리에 끌어다 놓은 듯 친근하다.

“연결고리를 찾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글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그림이 있고 이런 음악이 있다’라는 나열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전에 <클래식 오딧세이>나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을 쓸 때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는 그녀에겐 그 동안의 저서는 ‘예술 장르 넘나들기’의 실험이자 ‘공부의 흔적’인 듯했다. 사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는 그녀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향의 월간지 ‘SPO’에 지난 2년간 연재했던 글을 정리, 확장 본이라고 할 수 있다.

1/3은 연재에서, 2/3는 지난 8월 한 달간 ‘폐인’이 되다시피 하며 새로 써낸 글들이다.

연 재한 내용 중에도 부족하다 싶은 내용은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의미의 고리를 적용했다. 연재에서 미니멀리즘 미술과 바흐로 이뤄진 커플이 책 속에선 미니멀리즘 음악과 미술로 대체된 것이 그 예다. 그 와중에는 의미 고리를 찾지 못해 놓친 작품들도 많았다고 한다.

“클림트(‘키스’란 작품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화가)의 ‘베토벤 프리즈’란 작품도 있고 힌데미트(독일의 현대작곡가)의 ‘화가 마티스’란 작품, 뵈클린이란 화가의 ‘죽음의 섬’에서 모티프를 얻어 같은 이름의 교향시를 작곡한 라흐마니노프도 있지만 이번에는 쓰지 못했죠. 앞으로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찾아내는 게 내 숙제인 거 같아요.”

어릴 때 노래에 소질이 있었던 KBS 어린이 합창단, 정신여고 합창단을 거쳐 성악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유신 정권시대 학생운동을 하며 감옥에 갇히고폭행을 당하는 선후배를 보면서 홀로 노래를 부를 수 없던 탓에 진로를 변경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서양음악이 아닌, 우리 음악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다.

그리고 당시, 문화와 다큐 프로그램이 강세였던 MBC방송국 모니터 요원으로 2년간 활동하면서 ‘평론’이란 글에 눈을 뜨게 됐다. “마침 월간 객석에 ‘예술평론상’이 생겼어요. 그때 수상을 하면서 음악평론가로 등단했지요. 하지만 음악평론은 10년쯤 하고 그만뒀어요. 오히려 지금은 음악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칼럼과 강의를 주로 하고 있지요.”

남들이 느끼지 못한 것을 가장 설득력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음악적 감수성에 우선한다는 그녀는 벌써 20년 동안 클래식과 국악에 관한 글을 써왔다.

현재는 세종아카데미나 서울시향에서 진행하는 ‘콘서트 미리보기’, CEO를 위한 특강 등의 강의에도 힘을 쏟고 있다. ‘클래식의 위기’라는 일설에도 불구하고 최근 2,3년 사이, 클래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 클래식이 대입시험과 맞물리면서 선입견이 많아진 거 같아요.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신분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이 된 거죠. 정말 음악이 좋아서 음대에 온 학생들보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로 진로를 택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데 저 역시 편견이 있을 정도니. 하지만 클래식이란 음악은 자본주의 시대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에술성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드는 있을 지언 정, 영원히 사장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봐요.”

진회숙 씨는 잘 알려진 대로, ‘작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수상했던 진은숙과 미학자이자 인터넷 논객인 진중권의 큰 누나다.

예 술계에 걸출한 세 남매를 길러냈으니 그 가정은 부유하거나 남다른 교육방식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기 마련이지만 그녀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개척교회 목사인 아버지와 동네 피아노 교실에서 피아노를 가르치셨던 어머니 사이에서 나온 2남 2녀 중 장녀였던 그녀는 대입 2달 전에 받은 레슨이 전부였다.

작곡가 진은숙 씨는 대입을 위해 필수라는 교수 레슨 한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는 클래식 음악을 ‘귀족음악’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진회숙은 이런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싶은 듯했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도 그 연장선에 있다.

“좋은 오디오에서 음악을 듣고, 예술 작품을 많이 아는 것이 클래식에 접근하는 최상의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10년을 들어도 제자리인 사람이 있고 처음 들어도 빠르게 가까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음악을 어디에서 들어야 하고, 이것이 어떤 곡인지 맞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게 중요하지, 그런 건 예술을 대하는 태도는 아니라고 봐요.”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은 못해도 음악을 들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그녀는, 내년에도 한 걸음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펴낼 예정이다.
Posted by 라클롱